거창한 계기는 없었다. 소파에서 자는 우리 강아지를 보다가 “이 녀석은 전생에 귀족이었을 거야”라는 농담을 했고, 그 농담이 이 블로그의 시작이 됐다.
나는 코딩을 배운 적이 없다. 엑셀 함수 몇 개, 한글 문서 표 만들기 정도가 컴퓨터로 할 줄 아는 전부였다. 그런 사람이 앱을 만들어 보겠다고 했으니 스스로도 반신반의했다. 이 글은 그 반신반의 속에서 왜 시작했는지, 무엇을 만들기로 했는지를 적어 둔 기록이다.
앱은 개발자만 만드는 줄 알았다
예전에는 앱을 만든다고 하면 이런 장면을 떠올렸다.
- 검은 화면에 알 수 없는 영어가 가득한 모니터
- 몇 달 동안 배워야 하는 프로그래밍 언어
- 서버, 데이터베이스 같은 무서운 단어들
- 개발자 여러 명이 모여서 하는 일
그래서 “앱 하나 만들어 볼까?”라는 생각은 늘 “나랑은 상관없는 일”로 끝났다.
생각이 바뀐 건 AI를 업무에 조금씩 쓰기 시작하면서였다. 문서 요약이나 표 정리를 맡겨 보니, 내가 말로 설명하면 AI가 그걸 결과물로 바꿔 준다는 게 신기했다. 그러다 AI가 코드도 써 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궁금해졌다. 말로 설명하면 앱도 만들어 줄까?
만들고 싶은 게 먼저 생겼다
솔직히 “앱 개발을 배우겠다”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면 금방 포기했을 것 같다. 공부 목표는 쉽게 흐지부지된다. 대신 나는 만들고 싶은 것이 먼저 생겼다.
처음 떠올린 아이디어는 단순했다.
몇 가지 질문에 답하면 우리 강아지에게 어울리는 귀족 작위를 알려 주는 앱
예를 들어 “산책할 때 앞장서나요, 뒤따라오나요?”, “간식을 보면 기다리나요, 달려드나요?” 같은 질문에 답하면 결과로 “공작”, “백작”, “기사” 같은 작위가 나오고, 강아지 사진이 들어간 그럴듯한 작위증까지 받을 수 있는 앱이다.
쓸모로 따지면 별것 아니다. 하지만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해 보고, 친구에게 자랑하고 싶어질 만한 앱이라고 생각했다. 무엇보다 내가 써 보고 싶었다.
왜 하필 지금, 왜 AI였나
내가 앱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세 가지였다.
첫째, AI가 코드를 대신 써 준다.
문법을 외우지 않아도 “이런 화면을 만들어 줘”라고 한국어로 설명하면 코드가 나온다. 물론 그 코드가 한 번에 완벽하진 않다는 건 나중에 알게 됐지만, 출발선이 확 낮아진 건 분명했다.
둘째, 모르는 걸 바로 물어볼 수 있다.
책이나 강의는 내가 막힌 부분과 정확히 같은 내용을 다뤄 주지 않는다. AI에게는 “지금 이 화면에서 이 버튼이 안 눌리는데 왜 그래?”처럼 내 상황 그대로 물어볼 수 있다.
셋째, 돈이 거의 들지 않는다.
나중에 자세히 쓰겠지만, 간단한 웹앱은 무료 서비스만으로도 인터넷에 올릴 수 있다. 실패해도 잃을 게 시간뿐이라는 점이 부담을 덜어 줬다.
시작하기 전에 정한 규칙 세 가지
막상 시작하려니 겁이 났다. 그래서 스스로 몇 가지 규칙을 정했다.
- 완벽한 앱이 아니라 “돌아가는 앱”을 목표로 한다. 예쁜 디자인이나 많은 기능은 나중 일이다.
- 모르는 용어는 그냥 넘기지 않는다. GitHub, 배포 같은 말이 나오면 AI에게 “초등학생에게 설명하듯” 다시 물어본다.
- 과정을 기록한다. 막혔던 부분, 해결한 방법, 헛수고한 부분까지 적어 둔다. 지금 이 블로그가 그 기록이다.
세 번째 규칙이 특히 중요했다. 만드는 동안 나는 같은 실수를 여러 번 했고, 기록해 둔 덕분에 두 번째부터는 훨씬 빨리 해결할 수 있었다.
이 블로그에서 다룰 것
이 블로그는 강아지 작위 테스트 앱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만드는 과정을 순서대로 담는다.
- 시작 단계: 앱과 웹앱의 차이, 아이디어를 기획으로 바꾸는 법, AI에게 처음 앱을 시켜 본 경험
- 개발 환경: GitHub, 커밋과 푸시, Vercel, 첫 배포
- 기능 만들기: 첫 화면, 질문 7개, 결과 나누기, 작위증 발급, 사진 업로드, 저장과 공유
- 재미 더하기: 웹툰, 미니게임 같은 콘텐츠
- 스마트폰 앱으로: PWA, 모바일 화면 수정, 아이폰·안드로이드 테스트
- 출시 준비: Google Play 등록
개발자가 쓰는 강좌가 아니라, 나처럼 코딩을 모르는 사람이 한 단계씩 부딪히며 알게 된 것들이다. 그래서 전문가가 보면 돌아가는 길처럼 보일 수도 있다. 대신 초보자가 실제로 어디서 막히는지는 누구보다 잘 보여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.
시작하면서 준비한 것들
막상 시작하려고 보니 무엇이 필요한지도 몰랐다. AI에게 “코딩 초보가 웹앱을 만들려면 뭘 준비해야 해?”라고 물었고, 받은 목록에서 정말 필요한 것만 추렸다.
- 컴퓨터 한 대: 특별한 사양은 필요 없었다. 평소 문서 작업하던 노트북으로 충분했다.
- AI 서비스 계정: 코드를 만들고 질문에 답해 줄 조수다. 나는 대화형 AI 하나를 정해 두고 계속 같은 곳에서 물어봤다.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면 앞에서 한 이야기를 매번 다시 설명해야 해서 번거로웠다.
- 크롬 같은 인터넷 브라우저: 만든 앱을 열어 보는 곳이다.
- 메모장: 처음에는 AI가 준 코드를 붙여 넣는 용도였다. 나중에는 코드 편집 프로그램으로 바꿨다.
- 스마트폰: 결국 앱은 휴대폰에서 쓰게 된다. 확인용으로 늘 옆에 두었다.
돈이 드는 건 하나도 없었다. 이 점이 시작하는 데 가장 큰 힘이 됐다.
시간은 이렇게 냈다
하루에 한 시간, 퇴근 후 저녁 시간을 앱 만드는 시간으로 정했다. 주말에 몰아서 하려고 했더니 평일 동안 전에 했던 내용을 다 잊어버렸다. 짧더라도 매일 조금씩 이어 가는 편이 훨씬 나았다.
한 시간 안에 끝낼 수 있게 할 일을 잘게 나눴다. “오늘은 질문 문구만 고치기”, “오늘은 GitHub 가입까지만”. 작은 목표를 끝낼 때마다 한 칸씩 전진하는 느낌이 들어서 지치지 않았다.
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께
“나도 해 볼 수 있을까?”라는 생각이 든다면, 거창한 앱 말고 내가 써 보고 싶은 작은 앱 하나를 먼저 떠올려 보길 권한다. 우리 집 강아지, 가족 가계부, 자녀 칭찬 스티커판처럼 작고 개인적인 것일수록 끝까지 가기 쉽다. 배우겠다는 마음보다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훨씬 오래간다.
다음 글: 정말 코딩을 몰라도 AI로 앱을 만들 수 있을까? 직접 해 보기 전에 가장 궁금했던 질문부터 정리했다.
→ 코딩을 몰라도 AI로 앱을 만들 수 있을까? 직접 해보고 내린 답